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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이 상처 받는 사업장은 실패한 현장"
[인터뷰] 김동석 태려건설산업·태려홀딩스 회장
원주민과의 약속 지키기 위해 17년 간 사업 추진
기사입력 2018.07.14 08:00:03 | 최종수정 2018.07.14 1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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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영국 기자]

"여기다. 한강 이남에 이런 땅이 남아 있다는 건 절호의 기회다."

IMF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 5월 10일 최종 부도 처리된 경향건설 대표이사는 재건을 위해 일거리를 찾아 백방으로 돌아다니던 어느 날 국사봉에 올라 상도동쪽을 바라보며 이렇게 소리쳤다.

당시 상도동 159 일대는 전주이씨 양녕대군파 종중 소유였다. 6.25 전쟁 이후 피난민과 영세한 서민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면서 1000여 세대의 무허가 주택이 난립해 있었다. 재개발 예정구역으로 개발 시 이주비 몇 푼에 쫓겨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컸던 무허가 건물주와 원주민들의 반대로 추진이 요원한 상황이었다. 이곳에 호기롭게 도전했다 포기한 대형건설사들도 허다하다.

김동석 태려건설산업 회장(전 경향건설 대표이사)은 2001년 5월 지덕사(종중)로부터 토지를 매입한 후 재개발을 반대해온 무허가 건축주와 원주민들을 이끌던 재야운동가 장기표 씨를 만나 이들이 합법적으로 내 집을 마련을 할 수 있는 묘안을 제안한다. 재개발방식을 버리고 이들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사업에 끌어 들이는 지역주택조합사업(이하 지주택)방식을 택한 것이다.

김동석 회장은 지주택 방식을 결정한 데 대해 "공공성이 강한 재개발 방식은 주민 67%의 동의만 있으면 나머지는 법에 따라 강제수용 절차에 들어가기 때문에 외부인이 원주민을 밀어내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동의율, 구역지정, 조합설립, 관리처분(권리가액 평가, 보상 등) 과정을 거치다 보면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데 상도동 현장이 성공하려면 빠른 추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어 "민간개발사업 역시 시행사와 조합, 세입자간 이권 갈등을 푸는데 10년 이상 내다봐야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사업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라며 "그 사이 관련 법규가 바뀌어 사업을 포기하는 시행사도 많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업 추진은 그의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이주비로 1억원을 제안했지만, 부지면적에 약 12만3911㎡(옛 3만7483평) 중 곳곳에 사업에 반대하는 원주민과 무허가 건물이 산재해 있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결국 애초 구상을 변경해 현재 상도지하차도를 경계로 개인 소유 땅이 약 10%로 사업 추진이 수월할 것으로 보이는 1차(7만5609㎡)와 약 50%로 높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2차(4만8302㎡, 상도동 159-250일대)로 나눠 개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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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영국 기자]

상대적으로 쉽게 마무리될 것 같았던 1차 사업장도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이주를 반대한 4세대가 빌라 옥상에 망루를 설치하고 거액의 이주비를 요구하고 나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들과 협상을 진행하는 사이 2006년 8월 2차 사업장이 상도제7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다.

김 회장은 "사업장에 거주하던 사람들 모두를 끌고 가려고 제공한 이주비 1억원은 당시 엄청 큰돈이었는데 이를 듣고 온 외지인들이 더 큰 이주비를 요구하며 버티는 상황이었다"면서 "이들과 협상하는 사이 한 건설업체가 2차 사업장 원주민들에게 구역지정 동의서를 받고 다닐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재개발 구역지정은 2차 사업이 토지 매입 후 현재까지 무려 17년 동안 늘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갈등을 봉합한 1차 사업지는 지난 2007년 9월 1122세대(일반 분양 501세대) 규모의 '상도 더샵 1차'로 탈바꿈에 성공했다. 2005년 4월 분양 당시 평균 400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단기간 100% 계약률을 기록한 이 단지는 현재 상도동 일대 집값을 견인하는 최고가 아파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차 사업장은 2012년 2월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해산한 이후 각종 민·형사소송과 미국 발(發) 금융위기로 5년간을 허송세월한다. 토지 추가매입, 각종 세금 및 운영비로 약 600억원의 비용을 치르며 어려움을 겪었다.

◆ 탈 많던 2차 사업장 950세대 규모의 브랜드 아파트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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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 닦기가 한창 진행 중인 '상도역 롯데캐슬' 사업지 모습 [사진제공: 태려건설산업]

어려움 속에서도 김동석 회장은 좌절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사업을 끌고 오면서 단맛 쓴맛 다 맛봤지만, 그를 지원해준 이들을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

그는 2차 사업지 내 300여동의 무허가 건물 외에 추가로 사유지를 포함하는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2015년 9월 서울시로부터 사전자문을 받은 후 2016년 11월 금융사로부터 약 3000억원 규모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받는데 성공한다.

이 자금은 3년간 주민 이주비 및 합의를 거부하는 토주지와의 협의금으로 사용됐다. 세입자에게도 이주 보조금으로 세대당 500만원씩 제공했다. 특히 1차 때와 달리 이권개입을 사전에 차단, 건물철거에 따른 민원이 단 1건도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지난 4월 26일에는 최종 사업계획승인을 받고 모든 인·허가절차를 완료하고 조합원들에게 옛 MBC 부지에 마련된 모델하우스를 공개했다. '상도역 롯데캐슬'은 지난달 동호수 배정조합원 분양(477세대)을 마치고, 올 하반기 일반분양(473세대)에 나설 예정이다. 사업 부지는 지난 5월 착공에 들어가 현재 터닦기가 한창 진행 중이다.

김 회장은 분양에 앞서 국토부와 국가유공자분을 특별공급에 넣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그는 "신혼부부·다자녀·노부모 부양 외에 국가유공자에게 분양가를 낮춰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7년 간 사업을 끌고 올 수 있었던 데는 주변의 도움이 컸다.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격려가 힘이 됐다"며 "달동네인 상도동 사업지가 변화하는 과정을 보면서 앞으로 원주민과 지역 내 거주하는 약자를 도울 수 있는 도시재생과 기반시설 관련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조성신 기자 /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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