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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화 철도역 주변에 대학·병원·기업 유치 … 파리서 집값 가장 비싼 동네로
파리 오스테를리츠역 센 리브고슈 지역
기사입력 2018.03.16 16:14:23 | 최종수정 2018.03.16 23: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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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가 미래다 리빌딩 서울 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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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리브고슈 지역에 들어선 파리7대학.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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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시 동쪽에 있는 센 리브고슈 지역은 용산역 부근과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강변에 위치한 철도 교통의 중심지다. 용산역은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 일반 열차와 KTX의 기점이다. 경부선상의 수도권 전철 1호선과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의 환승역이고, 동인천행·천안행 급행열차가 이 역에서 출발한다. 센 리브고슈 지역은 파리의 7개 대형 철도역 중 하나인 오스테를리츠역 주변을 뜻한다. 프랑스 남서부 방면의 열차가 발착하고, 한국의 GTX와 유사한 개념인 RER C선과 파리 지하철 5·10호선이 지나는 교통 요지다. 두 지역 모두 지상에 수많은 철로가 들어서다 보니 철로 양쪽 지역이 단절됐고 오랫동안 통합 개발이 방치됨에 따라 주변 지역이 슬럼화됐다.

프랑스 동쪽 지방에서 파리를 향하는 철도들이 모이는 센 리브고슈는 과거 파리시의 번성을 이끌던 지역이었다. 센 강가에 위치해 물자를 실어나르기 편리하다 보니 오래전부터 공장이 밀집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공장들은 진부화돼 가동을 멈췄고 외곽 지역과 파리시를 이어주던 철도는 오히려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주범이 됐다.

결국 센 리브고슈는 1990년대 파리에서 가장 집값이 싼 슬럼가로 전락했다. 선진국일수록 삶의 질을 중시하는 시민이 많아 조망권이 좋은 지역의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센 강변에 위치한 다른 지역은 살인적인 주거비용으로 유명한 파리 내에서도 집값이 유독 비쌌지만 센 리브고슈는 예외였다. 프랑스는 한국만큼 수도 집중화 현상이 심한 국가다. 게다가 파리시 면적은 105.39㎢로 서울시 면적(605.21㎢)의 6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이미 도시 전역에서 고밀도 개발이 끝난 파리시는 교통 요지에 있으면서도 슬럼화한 센 리브고슈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 결국 1990년대부터 센 리브고슈 도시재생을 시작했고 그 결과 '천지개벽'과 같은 변화가 벌어졌다.

수많은 기업과 파리7대학, 종합병원이 들어왔다. 강을 따라 지상으로 운행하는 철도 때문에 고립돼 있던 강변 지역에는 파리를 대표하는 초현대식 건물 '파리국립도서관(미테랑도서관)'이 들어섰다. 국내에서도 영동대로 지하도시와 이화여대 ECC 설계자로 인지도가 높은 도미니크 페로가 디자인한 미테랑도서관은 관광객이 파리를 여행할 때 빠뜨리지 않는 관광 명소가 됐다. 편리한 교통과 센강 조망권은 물론 직주근접·의료 등 모든 것을 갖춘 '올인원' 지역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현재 센 리브고슈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파리에서도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3.3㎡당 매매가격이 7000만원이 넘는다.

다만 센 리브고슈의 도시재생 방법은 서울 용산과 상이했다. 용산역은 철로 지하화를 계획하고 있지만 센 리브고슈는 철로 위를 인공 지반으로 덮는 방안을 택했다. 축구장 넓이의 40배 수준인 26만㎡에 달하는 철로 지역 위를 인공 지반으로 덮는 데는 1㎡당 5000~6000유로(약 659만~791만원)가 들었다.

공사비용은 새로 조성된 땅을 건설사 등 민간 기업에 팔아서 조달했다. 이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파리시는 파격적인 혜택을 줬다. 1800년대 후반에 조성된 근현대식 도시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파리의 다른 지역은 37m 고도제한을 뒀지만, 센 리브고슈에서는 최고 137m까지 지을 수 있게 했다.

프레데리크 루치오니 파리개발공사(SEMAPA) 부사장은 "처음 기업을 유치할 때는 기업들이 서로 눈치를 봤지만 일단 몇몇 기업이 입주한 뒤에는 다른 기업들이 앞다퉈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용산은 낡은 철도 정비창 건물을 헐고 그 위에 국제업무지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지만 파리는 건축학적 의미가 큰 옛 철도 정비창 건물을 그대로 뒀다. 대신 내부를 싹 바꿔 초현대식 공유 오피스로 탈바꿈했다. 3만4000㎡에 달하는 이 건물은 프랑스의 한 이동통신사가 사회 공헌 차원에서 매입해 실비만 받고 운영하고 있다. 좌석 하나당 월 195유로(약 25만7000원)만 내면 각종 회의실과 편의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스타트업 1000개가 입주해 현재 공실이 하나도 없다.

센 리브고슈에 대한 파리시의 파격적인 규제 완화와 시장친화적 도시재생은 서울시도 벤치마킹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지상 철도 구간 때문에 발생한 지역 단절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만약 철도 지하화가 어렵다면 센 리브고슈처럼 그 위를 인공 지반으로 덮는 방안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파리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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